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 발(發) 금융위기의 여파 그리고 그로 인한 우리 경제의 전반적 침체와 함께 시작한 1학기는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대사건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을 듯하다. 안 그래도 어려운 졸업생들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졌고, 여전히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재학생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일까? 2009년 전반전을 뛴 대학생 제위의 모습은  어딘지 주눅 들고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러한  안쓰러움이 대학생 고유의 사회적  역할과 사명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전국을 슬픔의 도가니로 몰고 간 전직 대통령의 자살 사건에 대해서도  우리 대학 캠퍼스는 무관심으로  일관해버렸다. 전국의 많은 대학들에서 분향소가 설치되었다지만 우리 대학에서는  무관심이 지배했다. 많은 학생자치기구들이 있건만, 정말이지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향소를 설치했어야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나아가기를 준비하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대학생이  마땅히 지녀야할 의식과 고민의  흔적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차하게 지난 일을 들먹이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나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올바른 첫 걸음이다.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 그 자리에 선 ‘나’와 ‘우리’를 정확히 볼 수  없다면, 자신이 나아가야할 곳이 어딘지를 정확히 가리킬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을 의미  없는 망각의 강에 빠뜨리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지난 시간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용감하게 지적하고 칭찬할 부분은 자축하며 다가올 미래를 설계해야한다. 그러니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대학에서의 시간은 학기를 단위로 흘러간다는  특징을 지닌다. 말하자면 대학의  시계는 일 년에 두 바퀴를 도는 셈인데, 그래서인지 세월의 쏜살같음이 유난히 절박하게 느껴진다.  다행인 것은 시계 바늘이 한 바퀴를 돌고나면 축구경기에서처럼 중간 휴식, 즉 방학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이 휴식은 이 사회의 어느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대학만이 누리는 호사이다. 동시에 쉽게 흐트러지기 쉬운 시간이기도 하다. 두 번째 바퀴를 돌아갈 2학기의  시간을 위해 학생 제위들의 깨어있는 여름 방학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