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일 | 2009-0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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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제호수 | 227호 |

2009년 5월 23일, 네팔 달력으로는 2066년 2월 10일. 저는 네팔에서 충격적인 소식 두 가지를 접했습니다.
한 가지는 제가 머물고 있는 파탄, 도비갓 인터내셔널 성당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2명이 죽고, 15명이 다쳤다는 겁니다. 부상자 중에는 한국인 수녀님도 한 분 포함돼있었는데, 다행히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당일 바로 퇴원하셨다고 합니다. 도비갓은 제가 활동하는 학교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동네로, 항상 학교를 오가며 지나가는 그곳에서 말로만 듣던 폭탄테러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랍고 슬펐습니다. 과격 힌두교 단체에서 저지른 테러로 추측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 정확한 기사나 소식은 나오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었습니다. 서거 소식을 접하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검찰수사가 시작되려는 시기에 네팔로 오면서 그 뒤로 한국의 소식을 제대로 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서거 소식을 접했을 때는 정말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네팔은 우리와 달리 토요일이 휴일이고 일요일부터 평일입니다.
당연히 제가 일하는 학교도 문을 열었지만,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이곳 네팔에선 다른 학교 선생님이 돌아가셔도 휴교를 하는 등 학교가 문을 닫는 일이 자주 있는데, 저도 교장선생님을 찾아뵙고“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께서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다”고 말씀드렸더니 당신도 뉴스를 통해 들었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수업을 하루 쉬도록 양해를 해주셨습니다. 교실에서 기다리던 학생들에게도 노 대통령의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추모기간(국민장)을 갖는다고 설명해주고 오늘 수업을 못해 미안하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고맙게도 자신들도 유감이라며 흔쾌히 이해해줬습니다. 아이들이 유감이라고 말하는데 왜 그리도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더욱 슬퍼졌는지,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며칠 뒤 접한 한국 소식은 저를 또 한 번 놀라게 했습니다. 엄청난 추모 인파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분향소를 다녀갔고, 또 그곳을 돕는 손길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이곳 주네팔 한국대사관에 분향소가 설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8,848m) 그림을 배경으로 차려진 분향소는 너무 아름다워서 더욱 슬펐습니다. 마지막 순간 경호원에게 담배 한 개비 있냐고 묻고는 담배 한 대 태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제단에 국화와 함께 네팔 담배 한 갑을 올려드리고 왔습니다.
이제 캠퍼스는 방학을 앞두고 마지막 기말고사를 준비하느라 다들 정신이 없겠지요? 이렇게 외국에 나와 있으니 한국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돌아보고 또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외신을 통해 들려오는 폭탄테러 소식과 사상자 소식에 별다른 감흥 없이 그저 ‘그런가보다’하고 지나쳤는데, 이렇게 막상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서 그런 일이 생기고 나니 반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람의 생명은 모두가 소중하고 귀한 것인데, 그런 것에 대해 나는 너무 무감각해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자신을 단련하고 세계를 더 넓게 볼 수 있는 눈을 키워보는 건 어떨까요?
한 가지 방법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낯선 곳에 가서 일부러 길을 잃어보는 것입니다.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발견하게 될 거라 장담합니다. 그것은 낯선 곳에서 만나게 되는 그 무엇일 수도, 혹은 원래 여러분 안에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지요?
추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김구 선생님이 소원하셨던 것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우리나라에 다양한 문화가 꽃피길’ 바라며 이번 학기의 마지막 네팔에서 온 편지를 마칠까 합니다. 모두에게 의미 있고 건강한 방학이 되길 바랍니다. 페리 배똘라~(다시 만나요)
조병욱(북한 04)wooklike@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