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라 양(신문방송학.98)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오즈의 마법사에서 쓰인 주제곡, 미국인들이 최고라 꼽는 뮤지컬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 개봉된 한국 영화. 혹자에 의하면 이정재 ? 장진영 주연의 무지개빛 사랑주의보 라고 표현했던...

지면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한국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다.(다들 실망했을까??) 좀 더 자세히 말하고 싶은 건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를 통한 연애이야기이다.

우선, 영화의 줄거리를 잠시 살펴보면, 기상캐스터 진수(이정재)와 지하철 공사 분실물 센터 직원 연희(장진영)의 8년간의 사랑이야기쯤 될 것이다.

뜻밖의 교통사고로 부분적 기억상살증에 걸린 진수는 자신이 사랑한 여자의 기억마저 잃어 버려 안타까워 하지만 대학 동창생인 연희가 그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보다 자신을 더 많이 알고 이야기 해 주는 연희가 진수에게는 사랑으로 다가오고, 연희 역시 자상하고 따뜻한 캐릭터인 진수에게 사랑을 느낀다. 둘 사이가 사랑으로 변해 갈 무렵, 진수가 ‘무지개’라고 이름 칭한, 사랑하던 옛 애인을 확인할 수 있는 슬라이드 한컷을 손에 넣게 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알아두는 것이 좋다. 슬라이드 필름 안에 인물을 알게 되면 굳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을테니 말이다.

영화는 진수와 연희가 기억하는, 같지만 서로 다른 8년의 기억을 잔잔하게 추적하는 정통멜로이다. 100일 기념일이 지루해 50일, 30일을 챙기는 신세대(?) 연인들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한 질문을 던진 사람들에게는 내심 웃음이 도는 영화일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진수가 부분적 기억상실증에 걸려 잃어버린 8년의 기억을 더듬는 과정이다. 8년이란 시간을 지내고도 살아온 것 같지 않은 진수는 연희가 들려주는 기억들을 듣고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결국 한 인간의 정체성은 기억으로 환원된다.

뜻하지 않는 사고에 의해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진수에게 연희가 들려주는 진수의 8년 간 기억은 깊은 감동을 전달해 준다. 결국 기억은 사람들이 각자 갖고 있는 관계의 추억이 되는 것이다.

관계의 추억으로 웃어 본 적이 있는가? 아니, 그런 연륜이 되었을까?
제목에서 풍기듯,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는 쉴새없이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문득 몇 년전 겨울이 생각났다. 그 해 겨울 저녁쯤에 부슬부슬 겨울비가 내리는데 우산이 없는 난, 버스정류장까지는 걸어가야 했다. 빗속을 걷기도 난감해 하고 있을 쯤 두 명은 족히 가려줄만한 팜플렛을 머리위로 펼쳐주었던 그. 비를 통해 기억되는 관계의 추억에 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나에게 이별이라는 인생의 전환기를 경험할 수 있었기에 가능하게 된 일이지만 말이다.

살면서 망각 속에 소복이 쌓인 먼지 낀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올라 웃음 지을 수 있으니 이별이, 고통이, 슬픔이 꼭 나쁘지만은 아닌 것 같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끝장면에서 진수가 말한다. “사랑은 비를 타고 온데...‘ 라고 말이다. 스파이더 맨을 보고 흥분했던 내가 일주일 새 오버 더 레인보우를 본 후 온통 머릿속에 이 영화가 줄려준 순애보 뿐이다. 지나간 사랑에 가슴 한 구석이 콕콕 찌르는 통증에 움찔거리지만 스파이더 맨 보다 오래 기억 될 것 같은 기분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소림축구 등 디지털 영화에 시달려, 이젠 순애보가 그리울때가 됐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