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정(북한학. 01)
초기 북한의 문학예술은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민족주의 경향을 보였으나, 1980년대 후반에는 사상과 주제는 김부자와 당에 대한 충성을 그대로 유지하되, 남녀 애정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큰 인기를 끌게된다.
1988년에 지어졌고 이혼문제를 다룬 백남룡의 '벗'도 예외는 아니다.이 소설은 도 예술단의 성악배우, 중음가수(메조소프라노)인 채순희가 '생활리듬'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재판소의 판사 정진우를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남편, 리석춘은 공장의 성실한 선반공이다. 공장의 예술소조에서 노래를 부르던 채순희가 도 예술단의 가수가 되면서부터 서로의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갈등은 시작되고, 결혼 10년 째 되던 해에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된다.리석춘, 채순희 부부를 통해 판사는 자신의 가정과 자신이 이혼시킨 가정, 이웃집의 가정을 둘러보게 되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들 부부를 재결합시키기 위한 판사의 노력은 계속 되지만 이들의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아들 호남이가 겪는 마음의 상처도 커져만 간다. 판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두 사람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결혼 10주년이 되던 날, 남편은 판사의 권유로 아들과 함께 이동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를 마중 나온다. 소설에서 마지막 결말은 어떻게 되었는지 나와있지 않지만, 끝 부분에 부부가 '정신적인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는 판사의 혼잣말이 나온 것으로 보아, 그들이 화해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북한에서 가족은 사회의 세포로 가장 중요한 단위조직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화목하지 않은 가정의 분위기가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고, 생산량이나 그 질적인 면에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해 결국 사회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나타내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는 이 소설을 끝까지 읽으면서 북한 주민들의 일상 생활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삶의 방식, 가치관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이혼이라는 소재로 가정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고찰함과 동시에, 관료주의, 자본주의, 허영심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삶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아주 뛰어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4·15 문학창작단 소속작가 백남룡이 쓴 이 소설은 북한에서 베스트 셀러에 올랐으며,「가정」이라는 TV드라마에 각색되어 방영되기도 하였다고 한다.나는 이 소설의 제목인 '벗'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벗'은 부부에게 서로가 될 수도 있고, 이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 정진우 판사가 될 수도 있다. 인민의 '벗' 또는 더 나아가 '벗'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아내를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남한으로 보고, 남편을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북한으로 볼 때, 남북한 서로가 서로에게 벗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은 남북한 통일에 대한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문제일지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같은 피를 이어 받은 한 형제가 식량난에 허덕이며 굶주려 죽어 가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많은 음식들을 음식쓰레기로 한 해에 5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버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그들을 진정한 '벗', '동지'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만 잘 살자는 생각을 버리고, '벗'을 배려하는 아주 작은 실천하나로 그들을 돕는다면 통일에 대한 멀고 험한 길이 적어도 한 발짝은 앞당겨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