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일 | 2008-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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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제호수 | 218호 |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속 가을 이야기" 전

어느덧 가을도 계절의 끝자락에 걸려 있다. 밀려드는 찬바람에 시린 콧잔등을 소매 끝으로 부비거리다 보면 문득 허전함을 느낀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 이제야 한숨 돌리고 보니, 가을이 남긴 것은 앙상한 가로수 아래 낙엽뿐. 이대로 보낼 순 없다. 바닥을 드러낸 감수성과 카메라를 챙겨 길을 나서보자.
가을의 뒷모습을 좇아 발걸음한 곳은 서울 이촌에 자리한 국립중앙박물관. 이곳에선 오는 16일까지 특별한 기획전이 한창이다. 우리네 가을 모습 그대로를 만끽할 수 있는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하는 "유물 속 가을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기획전은 "가을"이란 주제아래 산수화를 비롯해 서적, 도자기, 해시계 등 다양한 유물을 선보여 폭넓은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ꡐ가을을 말하다그리다느끼다노래하다거두다ꡑ다섯 마당으로 꾸며진 전시장을 따라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기면 옛 가을의 정취가 고스란히 펼쳐진다.
우리나라의 산수를 그대로 표현한 진경산수화는 웅장하고 신비로운 자태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만발한 국화꽃 위 살짝 앉은 풀벌레는 금방이라도 잉잉거리며 날아오를 듯하다. 추수와 타작이 한창인 김홍도의 그림은 우리나라 가을의 풍요로움을 넉넉히 담아냈다. 이황과 정선 등 친숙한 이름들도 만나볼 수 있으며, 농가월령가와 왕실의 추계행사도 등은 역사적인 상식까지 풍부하게 해준다.
전시가 특별한 점은 단순히 유물을 나열해놓은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묻어난다는 것이다. 유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어둑한 샛길이 나타난다. 고즈넉한 풀벌레 소리와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를 따라 길을 들어서면 작품들을 3D영상물로 재구성한 스크린이 펼쳐진다. 2차원의 작품들이 실제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시공간의 틈을 지나 그림 속 세계로 빨려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런가하면 낙엽모양 종이에 감상을 써 벽면에 그려진 나무를 장식하거나, 멋스런 도장을 찍어 시화지를 만들어보는 코너도 마련돼 있어 작지만 세심한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손닿을 듯 가까워 보이는 남산과 계단에 그려진 산수화 등 안팎으로 멋스러운 풍경이 펼쳐져 있어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올해 말까지 무료로 입장 가능한 상설전시실도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박물관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을 압도하던 흐드러진 국화꽃 향기는 더욱 짙어진 채 돌아가는 길을 마중한다. 농익어가는 가을을 이대로 흘려보내기는 아쉽다. 어느새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가을이 소리 없이 떠나기 전, 가을의 풍취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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