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일 | 2009-0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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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제호수 | 224호 |
순간의 찰나 속 거장의 시선
인물사진의 거장, 유섭 카쉬(Yousuf Karsh, 1908~2002)의 사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는 5월 8일까지 전시된다. “카쉬에게 사진을 찍히지 않은 사람은 유명인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드리 햅번, 윈스턴 처칠 등 수많은 유명인사들을 찍어온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각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을 비추는 카쉬의 시선을 통해 그들의 세월을, 그리고 인생을 찬찬히 읽어보자.
이보다 더 ‘진짜’ 같은 표정을 담을 수 있을까? 사진 한 장 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이중적인 모습이 소름끼칠 만큼 생생하다. 시가를 빼앗겨 화가 난듯한 카리스마의 윈스턴 처칠부터, 장난기 있지만 고뇌가 엿보이는 아인슈타인, 눈을 뜨기 직전의 우아한 얼굴선을 선보이는 오드리 햅번, 작가라기보다는 농부 같은 모습의 헤밍웨이까지, 역사 속에서나 만날 법한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에서 그들의 삶이 묻어난다.
그 중에서도 전시장 초입의 ꡐ윈스턴 처칠ꡑ은 단연 최고다. 이글거리는 눈매와 시가를 놓은 손의 위치에서 볼수록 강렬한 메시지가 느껴진다. 카쉬는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을 포착하기 위해 옷에 묻은 실밥을 떼어주는 척 하면서 시가를 빼앗았다고 한다. 평생 1만5천
3백12명의 인물을 찍어낸 거장의 이 거침없는 돌발행동이 바로 그를 명인의 반열로 올려놓
은 것이다. 또, 인물사진으로서는 최초로 손을 중요한 요소로 사용했다는 점 역시 그의 작품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 손은 각 인물들의 분위기와 인상을 만들어내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마 세월의 가장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손만큼 적합한 것은 없는 듯하다.
특히 카쉬는 찰나에 드러난 표정이 진짜 내면의 모습이라 믿었다. 그래서 눈썹을 치켜뜨는 순간이나 놀란 표정 같은 인물의 찰나를 잡으려 애썼다. 특히,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와 인물평을 꼼꼼히 기록해놓은 그의 메모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사진 속 인물을 이해하며 작가와 교감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전시회를 방문한 김미경(여, 23)은 “불과 한 장의 사진을 통해 테레사 수녀로부터 희망을 얻고,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며 “마치 내 눈앞에서 직접 그들과 마주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시회에서는 기획전시로 한국인물사진의 어제와 오늘을 대표하는 ‘한국의 인물사진 5인(임응식․육명심․박상훈․임영균․김동욱)전’이 함께 열린다. 안익태․백남준․서정주를 비롯한 국내 예술가는 물론, 배우 김혜수․송강호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각계각층의 인물사진 20여 점이 전시돼 카쉬 작품과는 다른 느낌의 한국적인 인물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카메라가 ‘진실’을 담는다면 사진은 ‘인생’을 담는다. 첼로를 연주하는 파블로 카잘스의 사진을 보고 음악을 느꼈다던 그녀의 말처럼, 사람들은 사진 속 인물의 표정을 통해 기쁨, 슬픔,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또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말해줄 사진 한 장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훗날, 누군가 그 사진을 보고 당신과 마주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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