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일 | 2009-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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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제호수 | 225호 |
지난 8일은 어버이날. 대학생 김민정 씨(가명, 21세)는 고민에 빠졌다. 어버이날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 때문이다. 평소 부모님과 지내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은 민정씨. 게다가 금요일이라니. 친구들과 가장 약속이 많은 요일이다. 수업은 일찍 끝나지만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늦게 돌아갈 생각이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아침에 학교 가기 전 잠깐 이야기하고 선물을 드리면 된다. 부모님께 대체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도 걱정이다. 매년 길에서 파는 카네이션에 형식적인 카드 한 장 적당히 써 드리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올해도 별 수 없다. 선물은 마음이 중요한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민정씨다.
자취생 이현욱 씨(가명, 26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기중에는 집에 가지 않는 현욱씨에게는 가끔 하는 전화조차 일이다. 특히 군대도 갔다 오고, 졸업은 다가오는데 아직 이렇다 할 계획도 없는 그에게는 전화할 때마다 부모님의 말씀이 잔소리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도 어버이날인데 전화는 해야겠고, 큰맘 먹고 전화를 걸기로 한다. 잘 계시냐고 안부 몇마디 묻고, 어버이날인데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하고, 더 오래 끌면 또 취업이나 학점 얘기가 나올까봐 얼른 수화기를 놓는다. 올해도 무사히 어버이날을 넘겼다며 안도하는 현욱씨. ꡐ당분간은 전화하지 않아도 괜찮겠지ꡑ 하고 생각한다.
5월은 연중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이 몰려있어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년 중 가장 좋은 날씨와 여유로움 속에서 가족과의 친밀감을 높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요즘은 각종 상업적 ꡐ데이ꡑ의 일부로 변질돼버린 듯하다. 해체돼가는 가족문화와 기업들의 상술이 만난 것. 매년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면 기업들은 각종 특별상품을 내놓는다. 꽃바구니, 카드에서부터 시작해 속옷세트, 화장품, 건강식품, 넥타이, 심지어 고가의 첨단IT제품들마저 의미 있는 선물이라며 홍보하는 통에 선물에 대한 고민 또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달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에게는 어버이날이 가장 중요한 기념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어버이날을 정말로 뜻깊게 보낸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다못해 연인과의 ꡐ100일ꡑ 기념일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많은 이들은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선물 걱정부터 앞서기 마련이다. 그 선물을 고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어가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정작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생각은 하지 못한다. 어버이날 선물에 대해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를 보면, 받고 싶은 선물에 "없다"라는 답변이 많았다. "없다"라고 답한 부모들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다른 것 모두 필요 없다. 네가 꿈꾸는 일이 곧 나의 선물",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 한마디", "자녀들이 늘 밝은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아주는 것", "자식 건강이 최고의 선물" 등 어떤 물질적인 것을 바라며 부담을 주기보다 그저 자식을 위하는 마음만이 담긴 답이 많았다. 반면, 마음은 고마우나 아쉬웠던 선물로는 어버이날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카네이션을 사주는 것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용적이지도 않고 식상하다는 답변이다.(KTX매거진 09.05 참조)
생일이나 입학․졸업 때마다 손수 차려주시는 정성스런 밥상대신 새 휴대전화, 노트북, 옷 등 고가의 물질적인 선물을 바라는 우리와는 달리, ꡒ우리 아들딸 돈 쓰는 게 싫은ꡓ 부모님들은 단지 다 키워놓은 자식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닐까.
어버이날 카네이션 한송이와 일회성 이벤트도 좋지만, 가끔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진심이 담긴 선물을 드려보자. 조금 쑥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비싼 돈 들이지 않고도 친구대신 부모님과 함께 주말을 보내고 싶다는 말 한마디로도, 손으로 쓴 진심 어린 편지 한 장으로도 부모님들에게는 그 어떤 값비싼 것보다도 소중한 선물이 될 테니.
추천리스트
▷ 가장 기본적이자 효과적인, 편지

너무 평범한 것 같지만, 진심을 담아 쓴 편지보다 더 부모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선물은 없다. 어버이날 또는 생신날, 카드나 엽서보다는 편지지 고이 접어 봉투에 넣어드리자.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드물어진 요즘, 부모님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가게에서 산 아기자기한 편지지도 좋지만, 꽃잎을 붙이거나 은은한 향수를 뿌리는 등 감각적인 무언가를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 쓴 ꡐ편지북ꡑ도 부모님들이 기뻐하는 선물 중 하나라고.
▷ 오늘 식사는 제가 준비할게요!

편지가 너무 쑥스럽다면 주말에 요리를 해드리는 건 어떨까? 전날 미리 메뉴를 정해 장을 봐두고, 아침에 기습적으로 부엌을 점령하는 것이다. 자꾸만 도와주시려는 엄마에겐 ꡒ엄마는 앉아서 내 요리 기대나 하고 있어!ꡓ라며 애교 섞인 방어를 하면서. 엄마에게만 선물인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저녁에는 아빠를 위한 요리를 만들자. 아빠가 좋아하는 메뉴를 맥주와 함께 한상 차려보자. ꡒ우리 선문이 다 컸네~ꡓ 하며 좋아하시는 부모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술상 앞에서 오랜만에 여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것은 보너스다.
▷ 기성품 선물, 그러나 색다른 반전

직접 만든 선물을 드리고 싶지만 손재주가 없다? 그렇다면 기성품을 적극 활용하라. 하지만 단지 돈으로만 살 수 있는 선물은 안 된다. 색다른 반전이 필요하다. 가령, MP3를 선물한다면 직접 녹음한 음성편지나 ꡐ어버이 은혜ꡑ 노래를 넣어 드리는 것도 좋고, 액자나 사진첩에 부모님 사진과 내 사진을 끼워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때가 더 많으므로, 의외로 부모님은 내 사진을 드리는 것을 좋아하신다. 지갑이나 키홀더 등에 끼워 다니면서 틈틈이 볼 수 있고, 주변사람들에게 자랑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부모님과 함께하는 주말 나들이

평일에는 학교 다니느라 바쁘고, 주말이면 교회나 친구와의 모임으로 바쁜 우리들.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과 지내는 시간은 줄어든다. 가끔씩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부모님과 함께 주말을 보내도록 하자. 부모님과 함께 낚시 등 나들이를 따라가드리는 것도 괜찮지만, 내가 자주 가는 곳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 연극, 영화, 전시회, 맛집 등 친구들과 즐겨가는 곳을 이럴 때 써먹지 않으면 언제 써먹어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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