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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인 여러분, 여름방학은 잘 보내셨나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행으로, 혹은 학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로, 아니면 또 다른 일들로 방학을 알차게 보내셨겠지요? 긴 휴가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마음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이번에는 네팔에서 보낸 휴가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얼마 전 제가 활동하는 파라다이스 스쿨에도 우리의 중간고사에 해당하는 First Term Exam이 있었습니다. 일주일간의 시험이 끝나고 일주일의 방학이 있었는데요(네팔은 우리처럼 계절방학도 있지만 시험이 끝나거나, 혹은 축제기간에 길게는 보름까지 방학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방학동안 무엇을 할지 물었더니, 대게 친척집을 방문하거나 아니면 부모님과 함께 사원에 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동네에서 연을 날리며 놀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기는 했습니다.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것은 네팔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컴퓨터는 많이 보급되지 않아 컴퓨터 게임을 하겠다는 아이들은 없었는데, 네팔에도 머지않아 우리처럼 집에서 컴퓨터와 함께 방학을 보내는 아이들이 생겨날까봐 걱정입니다.

네팔하면 다들 만년설이 있는 히말라야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저도 이번 휴가를 네팔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인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Annapurna) 지역으로 다녀왔습니다. 원래 트레킹(trekking)이란 말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수렵지를 찾아 집단 이주하던 형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주로 산을 오르며 가볍게 여행하는 것으로, 네팔에서는 대게 5천 미터 미만의 산을 오르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힘든 등산이지만, 네팔에서는 3천 미터가 넘는 산도 힐(hill)이라고 부르니 네팔에서는 네팔의 기준을 따라야겠지요?

지금 네팔은 우기라서 비가 많이 내리고 산길이 많이 유실돼 위험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안나푸르나 너머에 있는 좀솜-묵띠나트 입니다. 인도에서 올라오는 비구름이 안나푸르나를 넘지 못하고 비를 뿌리기 때문에 안나푸르나의 앞쪽은 비가 많이 내리는 반면, 그 너머에 있는 좀솜-묵띠나트 지역은 우기에도 비가 오지 않아서 마치 사막처럼 황량한 티베트 고원의 풍경이 이어집니다. 실제 이곳은 티베트와 맞닿아 있으며 티베트인들이 살고 있기도 합니다. 네팔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보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에 이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생각에, 처음 가려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아닌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출발지인 포라카에서 좀솜(2720m)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20여분이 걸립니다. 처음 마주하는 황량한 사막과 고원의 모습, 그리고 쓸쓸함을 더해주는 건조한 바람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좀솜에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해 보였습니다. 백두산보다 더 높은 곳에 이렇게 마을을 이루고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말이죠. 좀솜에서부터 한나절을 꼬박 걸어 까끄베니(2800m)에 도착했습니다. 혼자 걷고 또 걸으며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여유와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날은 힌두교와 불교사원이 있는 묵띠나트(3760m)를 향했습니다. 현지인들은 이곳을 성스러운 곳으로 생각해서 일생에 한번 이 사원을 방문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하루에 고도를 너무 높이면 고산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묵띠나트에 가서 그곳을 둘러보고 200m를 내려와 자르콧(3550m)에서 잠을 잤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도를 너무 높였고, 포터 없이 혼자 가방을 메고 올라온 탓에 체력소모가 많았던지 고산병 증세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개라는 토롱라(5416m)까지 오르지 못하고 4300m 정도에 있는 롯지(산장)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내려오는 내내 두통과 구토 증상으로 고생을 했지만 또 그것을 통해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욕심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고산지대 사람들의 느릿해 보이는 생활방식은 답답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 적응해 살기 위한 그들만의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세상을 내 기준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또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네팔에서 생활하면서 가끔은 답답해 보이고,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점점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시나브로* 네팔에 빠져들고 있나 봅니다.


*시나브로 :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