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배우다

 

흔히 사람들은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방학동안 제13기 PAS청년해외봉사단을 통해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내게 있어 봉사활동은 남을 돕는 희생정신이 아닌 '사랑'이라는 새로운 감정으로 자리 잡게 됐다.

13기 PAS청년해외봉사단을 통해 찾은 곳은 중국 연변 연길에 위치한 '애심원'이라는 고아원. 함께 간 팀원들은 대부분 고아원 짓기 같은 노력봉사와 한국어․중국어 등의 교육봉사를 했는데, 나를 포함한 3명은 신체나 정신이 조금 불편해 일반인과 같이 생활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을 했다.

3주간의 일정동안 우리 장애우 팀은 다른 팀보다 하루 일과를 조금 더 일찍 시작하고 조금 더 늦게 마무리해야 했다. 아침식사부터 저녁식사까지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식사를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팀원들에 비해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나야 하는 것도 일이지만, 신체나 정신이 불편한 아이들의 식사를 돕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보통 아이들과 달리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 통제하기가 힘들고,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처음 장애우 팀으로 편성됐을 때만 해도 "이들도 단지 조금 불편할 뿐, 똑같은 사람이니 전혀 힘들 것 없다"는 생각으로 임했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12명의 아이들이 나를 반겨주며 좋아하는 얼굴을 볼 때면 힘들고 짜증나다가도 다시 힘이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은 사심 없이 느낀 그대로를 우리에게 표현해줬다. 기쁠 때는 환한 미소를 보여줬고, 무언가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났을 때는 울기도 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 자신까지도 순수해지는 듯했다.

이들이 생활하는 곳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고장난 생활용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말썽쟁이 경수가 다 부셔놓은 장롱의 문짝과 손잡이부터 시작해서 빨래 건조대 등 고장난 용품들을 하나하나 고치기 시작했다. 그곳에 계신 선생님 말로는 고쳐도 경수라는 장난꾸러기라 금세 다시 고장낸다고 했지만, 하나하나 고칠 때마다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도 매우 좋아하는 눈치였다. 나 또한 12명의 아이들을 위해 부족하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그렇게 수리를 하면서 부서진 물건만 고친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생각까지 고치게 됐다.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으로 바뀐 것이다.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게 됐고, 아이들 역시 나를 사랑해줬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자 노력했고, 아이들의 환한 미소는 그 대가였다.

아이들과 함께한 3주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덧 아이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고 갑갑해졌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과연 이곳으로 다시 올 수 있을까? 내가 없으면 아이들은 누가 돕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돌아오기 전날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다시금 생각을 고쳤다. 내가 없어도 이 아이들은 한발 한발 성장해서 언젠가는 한사람의 몫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그렇게 되기까지는 내가 떠나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이 아이들과 만나 내가 변한 것처럼, 이후에 이들과 만나게 될 다른 사람들도 사랑으로 그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애심원'에서의 3주. 그 길고도 짧은 시간동안 나는 26년을 살면서도 느낄 수 없었던 무언가 특별한 감정을 배웠고, 새로운 인연의 소중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애심원' 가족들과 PAS 13기 팀원들을 만나 한층 성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애심원을 통해 배운 이 특별한 사랑을 평생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