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일 | 2010-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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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제호수 | 234호 |
미래를 여는 통일, 통일교육원에 다녀오다
올해는 한반도 분단의 60주년이다. 국제학부에 재학하며 아직 부족하지만 북한 외교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내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해이기도 하다. 방학 중 우연한 기회로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에서 개최하는 제1회 대학생 남북 모의회담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지난 2월 8일부터 4박5일간 전국에서 모인 38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대학생 남북 모의회담은 실제 회담과 같은 방식으로 실시됐다. 남북간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 목적을 갖고 남북회담에서의 참신한 방안을 구현하기 위해 남북한 각각 팀으로 나뉘어 팀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이다.
첫날에는 강의실에서 통일부와 통일교육원, 그리고 남북회담의 역사를 재인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은 진지하게 진행됐다. 참가학생들은 모두 미리 지도 받은 남북회담에 대한 동영상 강의를 보고 와 사전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이어 우리는 동북아 안보현황과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지며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튿날에는 남북한 각각의 협상전략을 파악하고 분석해, 실제 회의에선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지를 습득한 후 일정대로 판문점으로 향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긴장된 대치상황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과연 영화에서 본 것처럼 긴장이 고조돼 있는 판문점은 삼엄하다 못해 살벌할 정도였다. 눈앞에 보이는 저 보잘것없는 경계선 너머가 북녘 땅이라니. 그리고 그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을 북한 동포들의 인권유린실태를 생각하니, 비통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행해졌을 군사회담을 생각하니 먹구름 가득한 그날의 날씨처럼 길고도 답답한 터널 속을 끝도 모른 채 헤매는 느낌이었다. 모두들 분단의 고통을 가슴 한 켠에 무겁게 담은 채 돌아왔으리라.
드디어 셋째 날, 본격적인 모의회담이 시작됐다. 내가 속한 남한팀은 회담전략을 수집하고 북한팀을 상대할 방안을 모색했다. 오후에 열린 장관급 회담은 남북한 장관급 대표들이 만나 첫 회담을 여는 만큼, 유쾌한 대화를 하며 신사적인 회담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단어의 의미 때문에 얼굴을 붉히게 돼 앞으로의 난관을 암시했다. 나는 남한 팀의 적십자회담 대표였기에 납북자 및 국군포로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이어 넷째 날, 두 시간 동안의 경제실무회담에서 사실상 우리는 조공에 가까운 협상을 진행했고, 적십자회담에서는 제설장비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를 도출했지만, 납북자라는 민감한 단어의 인정 여부로 논쟁을 벌이다가 끝내 북한팀에서 회담을 일방적으로 종결짓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냈다.
마지막 다섯째 날 도출된 양측의 합의문을 보면 그래도 분단 60주년의 아픔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에 있어 남과 북이 공동으로 그 당위성을 인정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덧붙여질 것을 기대하는 내용이었다. 수사법으로 예쁘게 꾸며진 말들을 보면 그럴싸한 합의문서라 생각할 수도 있는 반면, 그럼에도 이제껏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현실들을 생각해보면 북한의 전략변화에 따라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모의회담에는 북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은 물론, 기타 비전공자이지만 북한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다. 협상을 준비하는 4일간 우리는 왠지 모르게 서로를 경계하며 긴장감 속에서 지내야 했다. 협상에서 가장 논리적인 말들로 상대를 최대한 제압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했다. 그 결과 북한팀은 정말 북한대표들처럼 '벼랑 끝 전술'로 모든 것을 요구하고, 합의를 위한 합의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회담 결과는 상대 팀에게 유리하게 마무리됐지만, 국가 간의 회담이 갖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동시에 통일의 당위성과 밀도 높은 전략적 통일 협상안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서 우리학교 학생들은 많이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오는 7월, 제2회 모의남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그밖에도 찾아보면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사와 연관된 다양한 외부 활동들이 펼쳐져 있다. 이러한 기회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뜻있는 학우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의실 밖에서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들을 말이다.
이선영(국제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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