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일 | 2010-03-30 |
|---|---|
| 개제호수 | 236호 |
꾸무스따
-필리핀어로 안부를 묻는 인사말입니다.
조병욱(북한 04)
(wooklike@gmail.com)
꾸무스따! 지난해 ‘네팔에서 온 편지’에 이어 이번에는 필리핀에서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우리학교 교류협력처의 국제교류프로그램으로 한 학기 동안 필리핀 바콜로드의 라살대학교에서 영어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필리핀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나라입니다. 요즘은 저가항공사도 많이 취항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필리핀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곳도 알고 보면 새롭고 신기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필리핀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에피소드 등을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이 지면을 빌어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필리핀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름다운 해변과 야자수가 펼쳐진 멋진 환상의 섬이 떠오르지 않나요? 필리핀은 약 7천1백7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서국가입니다. 저는 현재 필리핀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네그로스 섬의 도청 소재지인 바콜로드 시에 머물고 있습니다. 미소의 도시라는 별칭을 지닌 도시답게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주는 작고 소박한 도시입니다. 과거부터 사탕수수 농업이 번성해서 교외 로 나가면 사탕수수 농장이 펼쳐져있고, 바다에 접해 있어 해산물도 풍부합니다.
흔히 필리핀을 경제적으로 낙후한 국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세계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필리핀은 동부 아시아권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제수준을 유지했던 국가입니다. 우리나라 첫 실내 돔 체육관인 장충체육관은 당시 우리 건설회사의 기술이 부족해 필리핀 건설회사의 기술로 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르코스 정권의 장기집권과 부정부패로 인해 경제발전이 정체되면서 과거의 명성을 잃었습니다. 필리핀은 아시아 국가로서는 특이하게도 인구의 83%가 가톨릭 신자이며, 개신교 9%, 무슬림 5%의 종교 분포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1571년부터 약 3백30여 년간 스페인이 식민 지배를 하면서 많은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을 통치하기 위해 가톨릭을 포교한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현재도 많은 스페인식
건물이 남아있고 거리에서 스페인계 혼혈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영어사용 인구가 많은 국가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도 아픈 역사적 배경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과 스페인의 강화조약에 따라 스페인이 미국에게 2천만 달러에 필리핀을 넘겨주면서 1898년부터 40여 년간 미국의 지배를 받게 됐습니다. 이 시기부터 영어를 많이 사용하게 됐고 개신교는 이때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후 세계 2차 대전 기간에는 일본의 지배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 과거 14세기 중국과의 교역으로 인해 중국의 문화를 많이 받아들였고, 15세기에는 이슬람 문화권과의 교역이 늘어나면서 이때 이슬람 문화가 필리핀에 전파돼 현재 민다나오 섬에는 이슬람 자치구역이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필리핀은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가 접목된 새로운 문화를 지닌 나라가 됐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필리핀 속담에는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학기를 여는 이번 달에 선문학우 여러분들은 핑계와 방법 중 어떤 것을 찾으셨나요?
